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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 2009) – 감춰진 학살의 현장을 고발하다

by 나무와나무 2025. 3. 9.

우리는 바다를 떠올릴 때 푸른 파도와 자유롭게 헤엄치는 해양 생물을 상상한다. 그중에서도 돌고래는 인간과 가장 친숙한 존재 중 하나다. 지능이 높고 감정을 공유하며, 미소를 머금은 듯한 얼굴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돌고래의 현실을 폭로한다.

 

《더 코브(The Cove, 2009)》는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표면적으로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곳에는 돌고래들에게는 끔찍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 곳곳의 수족관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돌고래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포획된다.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수천 마리의 돌고래들은 밀실에서 잔혹하게 도살된다.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감춰져 있으며,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다. 영화는 이 충격적인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전직 돌고래 조련사와 환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진행한 조사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돌고래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좁은 수조에 가두고, 억지로 재주를 부리게 만들며, 심지어는 학살까지 벌이고 있다. 이 비극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돕고 싶다.

 

더 코브 리뷰
더 코브 리뷰

전직 돌고래 조련사의 참회와 진실을 향한 여정


영화의 중심에는 리처드 오배리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한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돌고래 조련사였다. 1960년대 TV 시리즈 《플리퍼(Flipper)》에서 돌고래를 훈련시키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돌고래 조련이 돌고래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깨달은 후 돌고래 해방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돌고래들이 높은 지능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포로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돌고래들은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좁은 수조에 갇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특히 그가 돌봤던 돌고래 한 마리가 스스로 숨을 멈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그는 돌고래 산업을 철저히 반대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가 일본 타이지로 향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포획과 학살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타이지 어부들은 이를 강력히 숨기고 있었으며,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이에 리처드 오배리는 환경운동가,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함께 타이지의 실상을 기록하기 위한 비밀 작전에 돌입한다.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돌고래 도살


타이지는 평범한 어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곳의 작은 만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수천 마리의 돌고래가 포획되며, 일부는 세계 각국의 수족관으로 팔려나간다. 선택받지 못한 돌고래들은 좁은 공간에 몰려든 채 무참히 도살된다. 바닷물이 새빨갛게 물들 정도로 돌고래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그 과정에서 돌고래들은 공포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한다.

이 비극적인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 모든 과정을 은폐하기 위해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촬영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에 다큐멘터리 팀은 야간 잠입을 감행하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학살 장면을 기록하는 위험한 작업을 감행했다. 그들이 포착한 영상에는 돌고래들이 공포 속에서 절망적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무자비한 창과 칼날 앞에서 서서히 숨이 끊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단순한 잔혹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이용하고 착취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전통적인 어업 문화"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돌고래 쇼 산업과 연결된 거대한 이익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돌고래 고기의 위험과 은폐된 진실


돌고래들은 단순히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기가 일본 내 일부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다. 문제는 돌고래 고기에는 치명적인 수준의 수은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돌고래들은 오염된 해양 환경에서 중금속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들의 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본 정부가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고래 고기가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기도 했으며, 정부는 이를 안전한 식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 돌고래 고기의 수은 함유량은 WHO(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문제를 알린 연구자들은 탄압을 받았고, 일본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는 돌고래 학살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한다.

돌고래 학살 : 영화 더코브
돌고래 학살 : 영화 더코브

진실을 마주한 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더 코브》는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역사적인 작품이다. 영화가 공개된 후, 일본의 돌고래 사냥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세졌고, 여러 나라에서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이루어졌다. 환경운동가들은 타이지에서의 돌고래 사냥을 막기 위해 더욱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일본 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돌고래 학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그 돌고래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바다가 깨끗하길 바라면서도,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이 돌고래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간과한다.

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끔찍한 현실을 알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포나 충격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고,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돌고래 학살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돌고래를 위한 것이자,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바다가 푸른 것은 돌고래들의 피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