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과 경쟁 속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자연 가까운 삶을 꿈꾸며 귀농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혼자 귀농을 선택한 1인 귀농인은 특히 큰 결심을 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농촌에서의 1인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는 전원생활의 낭만과는 꽤 다른 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된 노동,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외로운 일상, 그리고 불안정한 소득 구조까지 이 모든 것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한 명의 1인 귀농인이 실제로 어떤 하루를 살아가는지, 시간대별 루틴을 중심으로 외로움, 노동 강도, 수입과 소비 구조까지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귀농을 고민 중이거나 1인 귀농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전 4시 30분 – 강제 기상, 새벽은 농촌의 시작
농촌에서의 하루는 도시보다 훨씬 일찍 시작됩니다.
하루를 늦게 시작하면 해 지기 전까지 끝내야 할 일을 다 마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인 귀농인의 경우, 기상은 보통 새벽 4시 반에서 5시 사이입니다.
알람이 없어도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이웃의 트랙터 소리에 자동으로 깨어납니다.
먼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날씨 확인과 작물 상태 체크입니다.
비가 올 것 같으면 급하게 비닐하우스 환기를 닫아야 하고, 이슬이 맺힌 채 해가 뜨면 병충해 위험도 생깁니다.
이 시각부터 육체노동의 시작입니다.
오전 5시 30분 – 작물 손질과 수확, 그리고 배송 준비
이 시간대에는 수확 가능한 작물 수확, 가지치기, 잡초 제거, 물주기 등을 혼자 처리합니다.
보통 혼자서 200~300평 정도의 소규모 밭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일을 혼자 하려면 몸을 아주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추, 열무, 청경채처럼 잎채소 중심으로 소규모 생산을 하는 경우,
수확→세척→포장→스티커 부착까지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물류센터나 로컬푸드 판매처에 오전 10시 전까지 입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압박이 꽤 심합니다.
장갑도 못 벗고 물 묻은 손으로 상자를 접고, 스티커를 붙이며 포장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앉아 있지 못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오전 10시 – 물류 배송 또는 시장 출하
포장이 끝난 후에는 트럭 또는 자가용 차량에 물건을 실어 근처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혹은 주말 장터로 물건을 출하합니다. 이 과정도 혼자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상자를 들고, 주차하고, 진열대에 진열하는 것까지 모두 직접 합니다.
출하가 끝나면 농산물 도매단가를 기준으로, 정산표를 통해 예상 매출을 계산하게 됩니다.
보통 하루 수확분 기준으로 5~1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비용(종자비, 포장재, 교통비, 영농자재 등)을 제외하면 하루 실수익은 3만 원 내외일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 손해를 보는 날도 자주 발생합니다.
오전 11시 30분 – 혼밥의 시작, 씻고 잠깐 쉬기
모든 출하가 끝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합니다.
혼자 사는 귀농인은 대부분 간단한 반찬에 밥 한 그릇, 또는 컵라면, 김치, 계란말이 정도로 해결합니다.
먹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현실 때문에,
식사 시간은 자주 무시되거나 간단히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농작업으로 인해 손톱 밑은 흙투성이, 옷은 땀으로 젖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시점에 샤워와 옷 정리, 짧은 낮잠으로 체력을 회복하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1인 귀농인은 낮잠조차 잘 못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후에도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후 1시 – 농기계 정비, 농약 살포, 추가 관리 작업
오후 1시부터는 기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야외 활동이 더 힘들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는 이 시간을 이용해 트랙터, 관리기, 동력분무기 등 농기계 정비를 진행합니다.
고장이 나면 AS 부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부품 조달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기 손으로 수리하거나 임시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날 비가 예보돼 있다면 농약 살포나 비료 뿌리기 작업을 이 시점에 마쳐야 합니다.
이 작업은 1인 귀농인에게 특히 고된 시간입니다.
살포기 한 통은 20kg 가까이 나가며, 산지에서 작업하는 경우 허리에 무리가 심하게 갑니다.
오후 5시 – 퇴근 없는 퇴근, 다시 외로움과 함께
작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와,
조용히 TV를 틀거나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켜며 식사를 준비합니다.
저녁도 대개 혼자 먹으며,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생활하고,
외지인이 혼자 다가가도 처음에는 경계하거나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외로움은 ‘말을 하지 않는 하루’에서 옵니다.
가끔은 하루 동안 사람이 아닌 식물과 동물에게만 말한 날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납니다.
1인 귀농인의 소득 구조 – 생각보다 적고 불안정한 현실
많은 사람이 귀농을 하면 도시보다 돈을 적게 쓰고,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1인 귀농인의 현실은 다릅니다.
1개월 평균 고정비용
종자 및 자재비: 약 20~30만 원
농기계 연료비: 약 10만 원
로컬푸드 배송비: 약 10만 원
기타 생활비(식비, 통신비, 전기 등): 약 50만 원
총합 약 90~100만 원
여기에 비해 월 수익은
비수기 (11월2월): 4070만 원 수준
성수기 (5월9월): 100200만 원 수준
결론: 혼자 살아도 수익이 생활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초기 정착 후 3년 내 폐농률이 높다는 통계도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마무리 – 1인 귀농, 생존과 지속을 고민해야 한다
귀농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서 귀농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삶의 모든 무게가 자기 어깨 위에 얹히는 일입니다.
외로움, 경제적 불안정, 노동 강도, 고립감까지—이 모든 것을 견디고 나서야 진짜 전원생활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현실을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귀농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기만의 리듬을 갖춘 삶을 줄 수 있습니다.
작은 수익에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생활력,
그리고 사람들과 천천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1인 귀농은 충분히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