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귀농을 결심하지만,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귀농은 단순히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 방식, 인간관계, 생활 환경, 사고방식 자체를 완전히 전환하는 큰 전환점입니다.
특히 귀농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프로젝트’이며,
이 프로젝트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는 실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경험한 귀농 준비 과정 100일을 타임라인별로 정리해보고,
각 단계에서 어떤 체크리스트를 점검했는지 구체적으로 공유합니다.
귀농을 고민 중인 분들이 “아, 이건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줄일 수 있도록
현실적인 팁과 조언을 담았습니다.
🗓️ 귀농 100일 전 – "정말 내가 귀농을 할 수 있을까?" 자가 진단부터
귀농을 막연히 꿈꾸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귀농 100일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 체크리스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괜찮은 사람인가?
육체노동에 익숙한가?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가?
도시의 편의시설 없이도 살 수 있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하기 어렵다면,
당장은 귀농을 미루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시기에 귀농 교육 프로그램(지자체 주관)을 신청해
일주일간의 체험 귀농을 먼저 해봤습니다.
체험형 귀농은 현실을 이해하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 귀농 70일 전 – 지역 선정과 '관찰 귀촌' 체험 입주
귀농의 90%는 지역 선정에서 갈립니다.
제가 선택한 지역은 충북 제천 외곽의 인구 800명 이하 작은 마을이었고,
‘관찰 귀촌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 임대 주택에 2개월간 거주하며
실제로 살아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 체크리스트
인터넷은 원활하게 되는가? (원격 업무 가능 여부)
병원, 마트, 교육기관 등은 최소한 존재하는가?
마을 분위기와 이웃들의 반응은 어떤가?
버스나 차량 접근성이 있는가?
단순한 풍경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됩니다.
귀농은 삶이기 때문에 생활 기반시설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이장님과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마을 분위기를 파악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 귀농 60일 전 – 주택과 토지 조사, 등기부등본 확인
지역을 확정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거주할 공간과 땅을 알아봐야 합니다.
임대인지 매매인지에 따라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며,
토지는 반드시 용도지역(전, 답, 임야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 체크리스트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압류가 걸려 있는가?
농업진흥지역인지 확인 (건축불가 지역은 피할 것)
물길(배수로), 진입도로 확보 여부
인근 축사, 공장 여부 (악취·소음 문제)
이때 농지취득자격증명서가 필요한데,
해당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절차를 확인하고 발급받았습니다.
🗓️ 귀농 50일 전 – 초보 귀농인을 위한 지원정책 정리
이 시점에서 가장 집중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 파악이었습니다.
지원 내용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연도 기준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 체크리스트
청년 귀농 창업자금 (최대 3억 원, 연리 1%)
귀농인 정착지원금 (월 100200만 원, 12년 지원)
주택 리모델링 지원
귀농 농지 구입 보조금
단순히 블로그나 커뮤니티 말만 믿지 말고,
반드시 시·군청 농업정책과에 직접 전화해 최신 정보를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보는 네이버보다 공무원과 통화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 귀농 30일 전 – 생활물품 준비와 자격증 취득
도시에선 당연했던 것들이 농촌에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때부터는 실제 거주를 위한 생활물품과 장비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체크리스트
LED 헤드랜턴 (가로등 없는 마을에 필수)
장화, 장갑, 방수복, 벌레 기피제
고압분무기, 예초기(임대 가능 여부 확인)
컴퓨터, 프린터, 태양광 충전기(정전 대비용)
소형 트럭 구매 또는 중고차 확보
또한 농업기계 사용을 위해 소형건설기계 조종 자격증,
농약안전사용교육 이수증 등을 이 시점에 취득했습니다.
🗓️ 귀농 10일 전 – 행정 준비와 마을 커뮤니티 참여 시작
이때부터는 이장님을 통해 마을 모임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혼자 이사 왔다”는 느낌보단, “여기 살기 위해 들어온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 체크리스트
이사 신고 → 전입신고 → 농지대장 등 행정 정리
건강보험 지역 가입 전환 확인
주민자치회, 마을 행사 등 스케줄 파악
간단한 인사용 선물 준비 (10가구 정도 기준)
마을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제가 들어간 곳은 커피, 두유, 비누 같은 실용품을 나눠드렸고
덕분에 첫인상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귀농 당일 – 현실의 시작, 설렘과 불안의 공존
마침내 귀농을 시작하는 날,
짐을 내려놓고 바라본 첫 시골집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지만 동시에 낯설고 약간은 무서웠습니다.
전기, 수도, 보일러, 인터넷을 다시 점검하고,
먼저 찾아온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 무렵 불이 꺼진 마을을 보며,
‘이제 진짜 혼자다’라는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 마무리 – 귀농 준비는 ‘계획’보다 ‘적응력’이 중요하다
100일 전부터 준비했던 귀농은 철저하게 계획했지만,
막상 시골에 들어와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더 많습니다.
수도관이 얼고, 농기계가 고장 나고, 갑작스러운 마을 일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계획’보다도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함입니다.
귀농 준비 체크리스트는 단지 준비물의 목록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준비 목록입니다.
지금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이 당신에게 현실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